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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바니타스의 수기 : 인간과 흡혈귀가 공존하는 시대, 세계의 구조와 진실

by umin2bada 2025. 5. 30.

《바니타스의 수기》는 흡혈귀와 인간이 공존하는 세계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스팀펑크 판타지 만화로, 독창적인 세계관과 섬세한 심리 묘사, 아름다운 작화로 주목받은 작품이다. 19세기 파리를 연상케 하는 무대를 중심으로, 흡혈귀들을 구원하는 인간 '바니타스'와 미스터리한 흡혈귀 '노에'의 만남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 작품은 단순한 뱀파이어 액션물이 아니라, 인간과 흡혈귀 사이의 존재론적 경계, 저주받은 이름이라는 설정을 통해 정체성, 상처, 연대의 의미를 탐구하는 섬세한 심리극이다. 작중 세계는 마도서, 이계의 존재, 고대 신화적 설정이 복합적으로 얽히며 독자에게 강한 몰입감을 제공하고, 각 인물의 서사는 진실과 거짓, 믿음과 배신 사이의 줄타기를 통해 감정적으로 풍부한 드라마를 형성한다. 특히 바니타스와 노에 두 주인공의 복합적인 관계성과 '수기'라는 마도서에 숨겨진 비밀은 작품 전체의 서사를 관통하는 핵심축으로 작용한다. 전통적 흡혈귀 서사에 스팀펑크와 철학적 주제를 결합한 《바니타스의 수기》는 장르 팬뿐 아니라 깊은 내면을 지닌 작품을 찾는 독자에게도 큰 만족을 주는 독창적인 만화이다.

만화 "바니타스의 수기" 이미지

저주받은 이름과 마도서, 운명에 맞서는 이야기

《바니타스의 수기》의 세계관은 인간과 흡혈귀가 분리된 사회를 전제로 한다. 이 세계의 흡혈귀는 고유한 ‘이름’을 통해 존재를 유지하며, 이 이름이 저주받을 경우 본래의 의지를 잃고 광기에 휘말리는 ‘저주받은 자’로 변해 버린다. 바니타스는 이런 흡혈귀를 구원하는 특별한 존재로, ‘마도서 바니타스의 수기’를 통해 이 이름을 치유하고 본래의 모습을 되돌려 주는 역할을 자처한다. 흥미로운 점은 바니타스가 인간이며, 이 마도서는 원래 흡혈귀를 멸망시키려 했다는 ‘푸른 달의 흡혈귀’가 만든 것이란 점이다. 즉, 이 작품의 출발점은 선악의 경계를 모호하게 설정하고, 흡혈귀를 ‘구원받아야 할 존재’로 그린다는 점에서 기존 흡혈귀 서사와 차별된다. 마도서라는 장치 또한 단순한 도구를 넘어서 바니타스라는 인물의 과거, 정체성, 존재 이유와 맞닿아 있으며, 독자는 페이지가 넘어갈수록 이 책에 얽힌 거대한 음모와 진실에 점차 접근하게 된다. 저주받은 이름은 흡혈귀의 정체성 자체를 흔드는 요소로 작용하며, 각 인물의 상처와 과거, 갈등은 이 저주와의 연결 속에서 풀려나간다. 또한 저주에 감염된 흡혈귀를 단죄하거나 이용하려는 조직들의 개입은 작품에 정치적 긴장감과 배신의 드라마를 더하며, 바니타스의 독자적인 행동이 불러오는 파장을 통해 인간과 흡혈귀의 균형이 깨지기도 한다. 이처럼 《바니타스의 수기》는 저주라는 판타지적 요소를 통해 개인의 트라우마와 정체성, 사회적 편견과의 싸움을 상징적으로 담아낸 작품이며, 단순한 구원 서사가 아닌, 스스로를 구원하려는 인간과 흡혈귀의 이야기로 확장되어 간다. 바니타스의 마도서 사용 또한 단순한 능력이 아니라, 금기를 어기는 행위이며, 그는 이 세계의 질서를 뒤흔드는 존재로서 점차 그 자체가 의문과 두려움의 중심에 서게 된다.


관계의 역동성, 바니타스와 노에의 대조와 공존

이 작품의 중심축에는 바니타스와 노에라는 두 주인공의 관계가 있다. 바니타스는 인간이면서 흡혈귀를 구원하는 모순적인 존재이며, 자신의 감정이나 과거를 절대 드러내지 않으려는 폐쇄적인 성향을 가진 반면, 노에는 흡혈귀지만 인간적인 감수성과 호기심, 따뜻한 시선을 지닌 인물이다. 두 사람은 처음부터 이해관계에 의한 동행을 시작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서로를 이해하고, 경계하고, 때로는 상처 주면서도 신뢰를 쌓아간다. 이들의 관계는 단순한 파트너십이 아니라, 세계를 보는 시각의 차이, 존재에 대한 관점의 차이에서 오는 복잡한 감정 교차점으로 그려진다. 바니타스는 흡혈귀를 이용하는 인간이라는 시선을 받기도 하지만, 실상은 누구보다 흡혈귀의 고통을 이해하며, 그들을 구원하려는 의지를 지니고 있다. 반면 노에는 흡혈귀로서 인간의 세계를 바라보며, 바니타스의 행위를 감시하면서도 그 진심을 믿고 싶어 한다. 이러한 관계는 단순한 우정이나 협력의 수준을 넘어서, 서로의 상처를 들여다보는 깊은 감정적 연대감으로 확장되며, 독자는 이들 사이에 흐르는 미묘한 감정선에 큰 몰입감을 느끼게 된다. 특히 노에는 타인의 기억을 읽는 능력을 통해 바니타스의 과거를 엿보게 되며, 이로 인해 둘 사이에는 일종의 감정적 역전 현상이 발생한다. 신뢰와 배신, 공감과 오해가 반복되며, 이들의 관계는 작품의 감정적 중심축이자 이야기의 윤리적 핵심으로 작용한다. 《바니타스의 수기》는 이처럼 캐릭터 간의 심리적 긴장감과 서서히 드러나는 진실을 통해, 독자에게 단순한 전개 이상의 정서적 충격과 여운을 제공한다. 그리고 이러한 관계성은 후반부의 큰 전환점과 배신, 결단으로 이어지며, 작품의 철학과 드라마에 깊이를 더한다.


세계의 구조와 진실, 이름을 둘러싼 거대한 음모

《바니타스의 수기》는 초반에는 개인적인 구원과 치유를 중심으로 서사를 전개하지만, 점차 세계 전체의 비밀과 음모, 신화적 구조로까지 확장된다. ‘푸른 달의 흡혈귀’와 ‘붉은 달의 흡혈귀’라는 세계관 설정은 곧 흡혈귀 사회의 분열과 차별을 상징하며, 이들 사이의 갈등은 단순한 과거의 전쟁이 아닌 현재에도 영향을 미치는 깊은 균열을 암시한다. ‘이름’은 단지 개인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것이 아니라, 존재 자체의 본질이기도 하며, 이 이름을 조작하거나 빼앗는 것이 어떤 비극과 왜곡을 불러오는지 작품은 반복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바니타스의 ‘마도서’는 이 세계를 뒤흔들 권력을 상징하는 동시에, 누구에게나 위협이 될 수 있는 도구이기도 하며, 이를 둘러싼 이해관계는 흡혈귀 사회의 권력자들뿐 아니라 인간 측의 이익 세력과도 얽혀 있다. 포문이 열릴수록, 등장인물들은 각자의 과거와 속내를 드러내며, 독자는 그 누구도 완전히 선하거나 악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이러한 복합적인 구조 속에서 중심 인물들의 선택은 점점 무거워지고, 특히 바니타스는 자신이 이 책을 쓰게 될 운명을 거부하면서도 그 운명을 따라가고 있음을 스스로 인정하게 된다. 작품의 제목인 ‘수기’는 단순한 이야기의 기록이 아닌, ‘기억의 구조’이며, 그 속에 담긴 진실과 거짓은 작품 전체의 해석을 바꾸는 중요한 장치가 된다. 독자는 이 이야기를 따라가며 ‘무엇이 진짜인가’, ‘누구의 기억이 옳은가’, ‘이 운명의 끝은 어디인가’와 같은 복합적인 질문을 마주하게 되고, 《바니타스의 수기》는 단순한 서사 이상의 감정적 깊이와 철학적 고민을 제공하는 작품으로 완성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