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스타즈는 겉보기엔 동물들이 등장하는 학원물처럼 보이지만, 내면적으로는 인간 사회의 본성과 구조를 날카롭게 해부하는 작품입니다. 이타가키 파루 작가는 인간 사회의 이면에 존재하는 갈등과 불균형을 육식동물과 초식동물이라는 설정을 통해 투영하고 있으며, 특히 본능, 사회규범, 계급, 차별, 정체성이라는 복잡한 요소들을 다층적으로 구성해냈습니다. 단순한 동물 의인화가 아닌, 생물학적 특징과 사회적 역할의 충돌이 자연스럽게 서사에 녹아들면서 독자들에게 깊은 철학적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특히 작품 전반에 흐르는 불안정한 긴장감은 사회적 억압 속에서 살아가는 개인들의 내면을 섬세하게 반영하고 있습니다. 본문에서는 ‘육식’, ‘초식’, ‘본능’이라는 핵심 키워드를 중심으로 비스타즈 세계관이 어떻게 구조화되어 있으며, 그것이 어떤 방식으로 현실 사회의 은유로 기능하는지를 집중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육식동물의 딜레마 – 본능과 윤리 사이
비스타즈의 육식동물들은 단순한 힘의 상징이 아닙니다. 이들은 태생적으로 강력한 신체 능력과 포식 본능을 지닌 존재지만, 사회는 이들에게 이를 억제할 것을 강요합니다. 이는 단지 동물 세계의 질서를 위한 설정이 아니라, 인간 사회에서 욕망, 충동, 감정이라는 내면의 본능들이 어떻게 억압되고 조절되는가에 대한 철학적 고찰입니다. 대표 캐릭터 레고시는 늑대라는 생물학적 정체성 때문에 끊임없이 자신이 ‘위험한 존재’로 취급받는 현실에 마주합니다. 그는 실제로 하루를 향한 본능적 사냥 욕구를 느끼며, 그 감정을 애정인지, 식욕인지 혼란스러워합니다. 이러한 감정은 단순히 연애 감정이 아닌, 사회적으로 허용되지 않는 욕망에 대한 억제와 분열된 자아 사이의 긴장을 상징합니다. 레고시는 하루를 지키고 싶어하면서도 동시에 그를 해칠 수 있는 본성을 갖고 있는 자신의 존재 자체에 괴로워합니다. 이는 육식동물이 지닌 힘이 반드시 권력으로 이어지지 않으며, 오히려 더 깊은 윤리적 자기 통제와 고통을 요구받는다는 점에서 현실의 강자들이 감당해야 할 도덕적 부담과 연결됩니다. 사회는 육식동물에게 ‘비스타즈’라는 명예직을 주며 그들의 책임감을 강조하고, 더 강한 자일수록 더 강한 윤리를 가져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집니다. 이와 동시에 작품은 육식동물이 비난받는 구조 자체의 위선을 꼬집습니다. 육식 본능을 억제하라면서도, 사회는 그들의 힘을 필요로 하며, 위험할 때는 그들의 행동을 적극적으로 이용합니다. 이는 마치 사회가 특정 계층을 배제하면서도 필요에 따라 소비하는 구조와 유사합니다. 레고시는 자신의 늑대성을 받아들이되, 그것을 제어하고 인간적인 방식으로 살아가기 위해 고군분투합니다. 이 과정에서 그는 ‘진짜 강함’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하고, 물리적인 힘이 아닌 감정과 윤리를 다스리는 내면의 힘에 주목합니다. 이는 인간이 자신의 본능을 억제하고 사회적 존재로 진화하는 과정과 일치하며, 육식동물의 정체성은 결국 인간의 욕망과 억제, 자제의 딜레마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치입니다.
초식동물의 생존전략 – 약자로서의 힘
초식동물은 이 세계관에서 숫자로는 다수를 이루지만, 구조적으로는 절대적인 약자의 위치에 놓여 있습니다. 이는 현실에서 다수 집단이면서도 권력을 가지지 못한 존재들의 상황과 일치합니다. 초식동물은 육식동물의 폭력에 언제든 희생될 수 있는 공포 속에서 살아가며, 이런 공포는 단순한 피해자 의식이 아니라 실제 생존의 위협과 연결된 실질적 긴장감입니다. 대표적인 캐릭터 하루는 작은 체구의 토끼이자 여성으로서, 극단적인 약자성을 지닌 존재입니다. 그녀는 반복적인 성적 관계를 통해 스스로를 타인의 관심 속에 위치시키며, 존재를 증명하려 합니다. 이는 일견 자기파괴적 행동처럼 보일 수 있지만, 하루에게는 그것이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유일한 방식이자, 자신이 살아 있음을 확인하는 생존의 방식입니다. 사회가 정해놓은 ‘올바른 여성상’ 혹은 ‘순결한 초식동물’이라는 규범에 반해, 하루는 자신의 방식대로 살아가며 오히려 자신만의 주체성을 확보합니다. 그녀는 레고시처럼 강한 존재 앞에서도 위축되지 않고, 자신의 입장을 뚜렷이 밝히며 오히려 심리적 주도권을 잡습니다. 이러한 하루의 태도는 ‘약자’라는 프레임이 반드시 수동성과 연결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며, 사회적 약자가 스스로를 보호하고 정체성을 구축하는 방식에 대한 상징적 설명으로 읽힙니다. 또 다른 초식동물 루이는 이와는 다른 방식으로 자신의 약자를 극복하려 합니다. 그는 권위와 명예, 통제력이라는 수단을 통해 초식동물로서의 한계를 뛰어넘고자 하며, 결국 비스타즈 후보가 됩니다. 루이는 약자성 자체를 부정하며, 끊임없이 ‘강자처럼 보이는 방법’을 학습하고 적용하는 인물입니다. 그가 사격 훈련을 받고, 지하 세계에서 권력의 중심에 서는 과정은 약자가 주도권을 갖기 위한 자기 무장 전략의 일환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전략은 루이에게 정체성의 혼란과 고통을 안겨주며, 결국 그는 자신의 약함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진정한 성장을 이루게 됩니다. 이처럼 초식동물들은 단지 연약하고 보호받아야 할 존재가 아니라, 복잡한 사회 전략과 정체성 구축 과정을 통해 자기 자리를 만들어가며, 이는 현실 사회의 약자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삶의 주체로 거듭나는 과정과 맞닿아 있습니다.
본능이라는 이름의 족쇄 – 사회적 동물로의 진화
비스타즈 세계관에서 본능은 생물학적 본질로부터 시작되지만, 그 본능을 사회가 어떻게 다루는지에 따라 전혀 다른 양상을 띱니다. 본능은 각 캐릭터의 정체성 깊숙이 박혀 있으며, 이들은 그것을 억제하거나 숨기거나, 혹은 받아들이고 극복하는 과정을 통해 성장합니다. 그러나 단순히 본능을 억누르는 것으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사회는 겉으로는 본능을 억제하라고 하지만, 위기 상황에서는 그 본능을 이용하고 기대합니다. 이러한 이중적 구조는 비스타즈 세계를 혼란스럽게 만들며, 개개인의 정체성 위기에 직결됩니다. 레고시는 자신의 사냥 본능을 인정하되, 그 충동을 사회적으로 수용 가능한 방식으로 해소하고자 하며, 이는 단순한 억제와는 다른 고차원의 자기 통제입니다. 그는 사냥을 연습하거나 훈련을 통해 제어하는 법을 배우면서도, 본능 자체를 죄악시하지 않고 자신의 일부로 받아들이려 합니다. 이러한 태도는 현실의 인간이 감정, 성욕, 공격성 등과 같은 본능적 충동을 사회적으로 용납 가능한 방식으로 승화시키는 과정과 유사합니다. 루이는 반대로 자신의 본능을 부정하고 숨기려 하며, 인간적인 가면을 쓰고 살아가지만, 이는 결국 자아 분열과 내적 고통을 유발합니다. 하루는 자신의 약한 본능을 무기로 삼고, 이를 통해 오히려 강자와 대등하게 관계를 맺는 전략을 구사합니다. 이처럼 비스타즈는 본능을 단순한 동물적 특성으로 한정하지 않고, 자아 형성과 사회화 과정에서 본능이 어떤 역할을 하며, 그것이 억제될 때 어떤 왜곡과 갈등이 발생하는지를 치밀하게 묘사합니다. 또한 사회적 존재로 진화하려는 캐릭터들의 모습을 통해 ‘본능을 억제하는 것이 진짜 사회화인가?’라는 근본적 질문을 던지며, 인간이 사회적 동물로 살아가는 데 필요한 자기 인식과 타자 인식, 그리고 사회와의 타협이라는 복잡한 구조를 설계해냅니다. 작품은 궁극적으로 ‘본능을 완전히 제거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오히려 그것을 이해하고 받아들임으로써 우리는 더 나은 사회적 존재로 진화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며, 비스타즈라는 세계관을 단순한 설정을 넘어선 철학적 우화로 승화시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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