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다》(SANDA)는 《베이비 스텝》의 작가 히가시무라 아키라가 선보인 작품으로, 크리스마스를 둘러싼 독특한 세계관과 '산타클로스'의 정체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통해 참신한 판타지 서사를 펼친다. 이 작품은 일본 사회의 고령화 문제, 청년층 인구 급감, 크리스마스와 같은 전통의 퇴색 등 사회적 이슈를 디스토피아적 배경 속에 녹여낸다. 주인공 산다는 산타클로스로 태어났지만, 산타가 더 이상 필요 없는 세상에서 그 정체를 숨기며 살아가야 하는 소년이다. 현실 비판과 성장 드라마, 그리고 특유의 미스터리와 긴장감이 어우러진 이 작품은 단순한 크리스마스 이야기를 넘어선 사회적 풍자와 개인의 정체성 찾기를 중심에 둔 서사로 독자들의 큰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빠른 전개와 반전, 산타의 새로운 정의를 통해 독창적인 세계관을 구축하며, 기존의 틀을 벗어난 판타지 만화로 자리매김 중이다.
산타클로스는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
《산다》의 세계관은 크리스마스가 점차 사라진 미래 일본을 배경으로 한다. 아이들의 숫자가 줄고, 고령자 인구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사회에서는 산타클로스의 존재가 무의미해지고, 오히려 전통적인 가치로서 불필요하게 취급된다. 이 세계에서는 출산율이 급격히 낮아지면서 국가가 청소년을 ‘귀중한 자원’으로 관리하고, 노인들은 절대 다수의 권력을 가지게 된다. 이 가운데 ‘산다’는 산타클로스의 후계자로 태어난 소년이지만, 산타의 존재가 철저히 금기시되고 배척되는 시대에 살아가야 한다. 작가는 이 설정을 통해 일본 사회가 겪고 있는 인구 문제, 고령화, 전통의 붕괴 등을 비틀어 표현한다. 산타라는 상징적 존재를 통해 더 이상 아이들이 필요하지 않다는 냉혹한 사회적 메시지를 던지며, 동화적인 판타지를 통해 현실의 어두운 면을 조명한다. ‘아이의 행복을 위해 존재하던 산타’가 오히려 사회 질서를 위협하는 존재로 분류되고, 존재 자체를 숨겨야 하는 설정은 아이러니하면서도 강한 메시지를 내포하고 있다. 산다는 그런 시대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부정당한 채 살아가야 하며, 동시에 자신이 지닌 ‘산타로서의 사명’과 사회적 현실 사이에서 깊은 내적 갈등을 겪는다. 이러한 배경은 단순한 판타지를 넘어, 독자들에게 우리가 놓치고 있는 가치, 사라져가는 순수함에 대해 돌아보게 한다. 《산다》는 산타클로스를 통해 동심을 말하지만, 그 동심이 억압당하는 세상을 통해 어른들의 세계가 얼마나 메말랐는지를 강하게 드러내는 작품이다.
숨겨진 능력과 정체성, 그리고 각성의 순간
산다는 처음에는 자신이 ‘산타클로스’라는 정체성을 자각하지 못한 채 살아간다. 평범한 듯 보이는 고등학생이지만, 일정한 조건이 갖춰졌을 때만 산타의 힘이 발현된다. 그 힘은 단순히 선물을 나누는 수준이 아니라, 눈을 조종하거나 공간을 왜곡하고, 특수한 크리스마스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초월적 능력이다. 그러나 이 힘은 사회적으로 철저히 숨겨져야 하며, 드러나는 순간 제거 대상이 된다. 작가는 이러한 요소를 통해 전통과 특권, 억압된 능력의 각성이라는 테마를 녹여낸다. 특히 ‘크리스마스’라는 밝은 키워드를 어둡고 긴장감 있는 톤으로 반전시키며, 독자들에게 색다른 몰입감을 선사한다. 산다는 자신이 가진 힘의 의미를 처음엔 두려워하지만, 점차 주변 인물들과의 관계를 통해 받아들이게 된다. 친구와의 유대, 적대 세력과의 충돌, 그리고 드러나는 과거의 진실은 그에게 ‘산타’라는 존재가 단순한 전통이 아니라, 세상에 필요한 ‘희망’의 상징이라는 사실을 각인시킨다. 작품 속에는 ‘선물’이라는 개념도 단순히 물건이 아닌 감정, 관계, 기억의 전달이라는 상징으로 등장하며, 독자는 이를 통해 크리스마스의 본질을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이처럼 《산다》는 정체성을 깨닫고, 억압을 이겨내며, 세상과 맞서는 소년의 성장 스토리를 판타지적 장치와 사회적 상징을 결합해 독창적인 형식으로 풀어낸다. 산타의 이미지가 ‘희망’이 아니라 ‘불편한 과거’로 취급되는 시대에, 자신이 가진 고유한 가치와 존재의 이유를 되찾는 여정은 청소년뿐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깊은 울림을 전달한다.
사라진 전통 속에서 피어나는 따뜻한 반격
《산다》는 한 편의 동화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매우 치열한 현실 풍자극이다. 산타클로스라는 존재를 ‘이상적인 가치’로 그리지 않고, 시대에 따라 외면받고 말살당하는 전통으로 설정하며, 독자들에게 우리가 무엇을 잊고 살아가는지 묻는다. 특히 노년 중심 사회에서 아이들이 ‘관리 대상’이 되는 설정은 작금의 일본 사회가 안고 있는 인구 구조 불균형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그러한 세상에서 산다는 동화 속 인물이 아닌 ‘현실을 바꾸려는 한 사람’으로 성장한다. 그는 친구들과 함께 잊힌 크리스마스를 되살리기 위한 작은 움직임을 시작하고, 그 과정 속에서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산타의 의미’를 되돌아보게 된다. 이는 곧 ‘추억’과 ‘희망’의 복원이다. 작가는 이를 통해 아무리 냉소적인 세상이 되어도, 한 사람의 따뜻한 진심이 어떻게 사람들의 마음을 바꿀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반짝이는 트리, 선물 상자, 눈 내리는 거리 같은 전형적인 크리스마스 이미지들은 작품 전개상 중요한 장치로 활용되며, 그 안에서 피어나는 감정의 변화는 따뜻한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특히 극 중반 이후로 갈수록 ‘산다’의 각성과 함께 이야기의 스케일은 점차 커지고, 크리스마스를 둘러싼 숨겨진 진실과 권력 간의 대립, 그리고 가치 복원의 서사가 드러나며 흥미를 더한다. 《산다》는 결국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다. 그것이 전통이든, 감정이든, 혹은 누군가의 존재든 간에, 그 모든 것은 누군가의 기억 속에 살아 있고, 다시 되살릴 수 있다는 희망을 작품은 말하고 있다. 크리스마스라는 소재를 통해 ‘무언가를 주고받는 관계’의 중요성을 말하며, 산다는 자신이 가진 따뜻한 가치를 무기로 세상과 싸운다. 이처럼 《산다》는 정체성과 사회 비판, 성장과 회복을 절묘하게 결합한 현대 판타지의 뛰어난 예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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