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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시체들의 전쟁 : 좀비 아포칼립스 속 인간들의 생존기

by umin2bada 2025. 11. 8.

웹툰 『시체들의 전쟁』은 좀비 아포칼립스 장르를 기반으로 하지만, 단순히 괴물과 맞서 싸우는 생존극을 넘어서 현실 사회 구조와 인간 심리의 어두운 이면을 치밀하게 드러낸 작품이다. 좀비라는 위협은 단지 촉매일 뿐, 작품의 핵심은 그러한 극한 상황 속에서 인간이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떻게 변해가는지를 묘사하는 데 있다. 작중에서 정부는 바이러스의 존재를 은폐하려 하고, 군대는 통제력을 상실하며, 검역소 안의 시민들은 누구를 믿어야 할지조차 혼란스러운 상태에 놓인다. 이처럼 『시체들의 전쟁』은 감염, 고립, 정보의 단절, 구조적 무기력이라는 현실적 공포를 바탕으로, 극단적 상황에서 드러나는 이기심, 협력, 배신, 희생 같은 인간 군상극을 다층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사건의 중심이 ‘아파트 단지’나 ‘검역소’ 같은 우리 주변 공간에서 벌어지는 만큼, 독자는 “내가 저 상황에 처한다면?”이라는 몰입을 강하게 느끼게 된다. 이 작품은 단순히 자극적인 좀비물로 소비되기보다는, 재난이 닥쳤을 때 사회 시스템이 얼마나 허약한지, 그리고 그 속에서 인간이 얼마나 복잡하고 위험한 존재가 될 수 있는지를 날카롭게 조명한다. 긴장감 있는 연출, 현실적인 대사, 촘촘한 플롯, 무엇보다 ‘진짜 사람 같은 캐릭터’들이 이 웹툰을 단순한 좀비물이 아닌 고밀도 재난 심리극으로 완성시킨다.

웹툰 "시체들의 전쟁" 이미지

 

 

 좀비보다 더 무서운 건 인간이다: 인간 군상극의 정수


『시체들의 전쟁』은 제목과는 달리 좀비가 주인공이 아니다. 좀비는 어디까지나 배경이고 진짜 공포는 극한 상황 속에서 점점 무너져가는 ‘인간성’이다. 이 웹툰은 등장인물 모두가 평범한 시민으로 시작하지만, 생존을 위해 점점 본능적이고 이기적인 존재로 바뀌어가는 모습을 그린다. 주인공이 속한 집단 안에서도 의견 충돌, 리더십 붕괴, 도덕과 생존 사이의 충돌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특히 ‘누가 감염되었는가’라는 불확실성은 집단 내 신뢰를 붕괴시키는 강력한 장치로 작동하며, 사람들은 생존보다 서로를 감시하고 견제하는 데 더 많은 에너지를 소모한다. 이 과정에서 일부 인물은 독단적으로 타인을 희생시키거나, 스스로 도덕을 버리고 권력자가 되려 하며, 또 다른 인물은 끝까지 공동체의 윤리를 지키려 하지만 외면당하거나 무력하게 희생당한다. 이러한 갈등은 단순한 선악 구도가 아니라, 누구의 입장에도 일면 공감할 수 있는 복잡한 감정 구조를 포함하고 있어 독자는 어느 한쪽을 쉽게 판단할 수 없다. 이처럼 『시체들의 전쟁』은 좀비라는 초현실적 위협보다 인간 사회 내부의 분열과 공포, 불신이 더 큰 위기로 작용함을 보여준다. 작가는 다양한 인물 군상을 통해 '극한 상황에서 인간은 과연 어떤 선택을 할까?'라는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고, 매 회차마다 독자로 하여금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를 고민하게 만든다. 결국 이 작품은 좀비물이 아니라, 재난 상황이라는 렌즈를 통해 인간의 민낯을 들여다보는 심리사회 드라마라 할 수 있다.

 

검역소, 감염, 은폐: 현실을 닮은 시스템 붕괴의 묘사


『시체들의 전쟁』의 무대가 된 사회는 언뜻 보면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바이러스 발생 → 확산 → 정부 통제 → 검역소 격리 → 혼란이라는 흐름은 전형적이지만, 작가는 이 흐름을 매우 사실적으로 그리고 있다. 특히 ‘정부의 은폐’, ‘감염자 분류 시스템의 오류’, ‘권한이 사라진 군’, ‘혼란한 언론’ 같은 요소들이 현실 세계에서 우리가 실제로 겪을 법한 모습으로 등장하며 강한 리얼리티를 부여한다. 작품 속 정부는 상황을 통제하지 못하면서도 국민을 안심시키기 위해 정보를 조작하고, 감염자와 비감염자를 분리하는 기준은 명확하지 않으며, 검역소 안의 시민들은 시스템에 의지하지 못하고 스스로 자경단을 구성해 질서를 유지하려 한다. 이러한 설정은 단순한 허구의 위기극이 아니라, 우리가 이미 팬데믹을 통해 경험했던 사회 시스템의 취약성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 웹툰이 강조하는 것은 ‘정보의 비대칭성’이다. 누가 감염자이고 누가 아닌지 알 수 없다는 불확실성은 공포를 배가시키며, 정부의 방침이 매번 바뀌는 와중에 시민들은 진짜 진실을 알기 위해 각자의 판단을 강요당한다. 결과적으로 질서와 체계는 점점 무너지고, 각자의 윤리와 가치관에 따라 행동하는 개개인이 만들어내는 충돌이 시스템 자체보다 더 큰 혼란을 야기한다. 이처럼 『시체들의 전쟁』은 단순히 ‘좀비와의 싸움’을 그리는 게 아니라, 위기 상황에서 구조가 얼마나 쉽게 무너지는가를 보여주며, 국가와 사회라는 보호막의 허상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독자는 이 과정을 통해 위기의 본질이 괴물이 아니라 인간 스스로에게 있다는 불편한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

 

살아남기 위한 선택, 그리고 죄책감: 생존 심리의 현실성


이 작품이 여타 좀비물과 차별화되는 지점은 주인공이 ‘영웅’이 아니며, 생존을 위한 선택 하나하나가 반드시 죄책감을 수반한다는 점이다. 주인공은 누군가를 구하기 위해 다른 누군가를 포기해야 하고, 자신이 살기 위해 타인을 위험에 내몰기도 한다. 그리고 그 선택의 결과는 대부분 후유증을 남긴다. 이처럼 『시체들의 전쟁』은 생존을 위해 벌어지는 선택과 그에 따른 심리적 대가를 매우 현실적으로 다룬다. 인간은 누구나 극한 상황에서 ‘이기적’이 되기 쉽지만, 그 결과로 발생하는 상처와 죄책감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작품은 이 점을 무겁고 진지하게 묘사하며, 인물들이 점점 감정을 잃어가는 과정과 그에 대한 내면의 갈등을 통해 캐릭터의 입체감을 극대화한다. 특히 주인공이 점점 생존에 익숙해지면서도, 처음엔 구하고자 했던 사람들을 하나둘 잃고, 그로 인해 자신이 무뎌졌다는 걸 자각하는 장면들은 깊은 감정적 울림을 준다. 또 한편으로는 끝까지 인간다움을 지키려다 실패하는 인물도 등장하며, ‘생존을 위해 비인간적이 되어야 하는가’라는 테마가 반복적으로 질문된다. 작가는 이처럼 선택-생존-죄책감-변화라는 구조를 끊임없이 돌리며, 독자가 인물에 완전히 감정이입하게 만든다. 단순히 액션과 자극으로 소비되는 좀비물과는 달리, 『시체들의 전쟁』은 한 번의 선택이 만들어내는 도미노 같은 감정적 후폭풍을 깊이 있게 다루며, 누구나 그 상황에서 완전히 옳은 선택을 하긴 어렵다는 현실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 작품을 읽는 동안 독자는 단순한 스릴을 넘어서, 인간으로 살아남는다는 것의 무게를 고스란히 느끼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