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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어떤 마술의 금서목록 : 마술과 과학의 대립 ,신념을 통한 성장

by umin2bada 2025. 10. 14.

‘어떤 마술의 금서목록’은 일본의 라이트노벨에서 시작해 애니메이션, 만화 등 다양한 미디어로 확장된 작품으로, 겉으로는 학원 배틀물처럼 보이지만 깊은 철학과 복잡한 세계관을 가진 복합 장르의 대표작이다. 작품은 마술과 과학이라는 상반된 이념이 충돌하는 세계에서, 평범하지만 특별한 능력을 가진 주인공이 여러 사건에 휘말리며 성장하는 과정을 그린다. 이 이야기는 단순한 능력 싸움이 아니라 인간 존재, 윤리, 종교, 기술에 대한 해석을 담고 있으며, 매 회 등장하는 캐릭터들과 설정은 독자의 사고를 자극한다. 특히 ‘이매진 브레이커’를 가진 주인공 토우마는 어떤 절대적인 힘에도 굴하지 않고, ‘누군가를 지키겠다’는 신념 하나로 마술과 과학을 넘나들며 선택을 반복한다. 단순한 선악 대결이 아니라, 수많은 신념과 철학이 충돌하는 이 서사는 판타지의 외형을 가진 철학적 드라마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만화 "어떤 마술의 금서목록" 이미지

세계관 구조

‘어떤 마술의 금서목록’은 세계관 설정이 매우 방대하고 치밀하게 구성되어 있어, 작품의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선 구조적 이해가 필수적이다. 기본적으로 이 작품은 ‘과학’과 ‘마술’이라는 두 축으로 이루어진 평행 세계의 충돌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과학은 ‘학원도시’라는 공간을 중심으로, 초능력 개발과 유전자 실험, 인공지능 기술 등 현대 과학기술의 극단적인 발전을 보여주는 세계이며, 초능력자(레벨 0~5)의 등급 체계를 통해 인간의 진화 가능성을 탐구한다. 반면 마술 쪽은 세계 각국의 종교, 신화, 고대의식을 토대로 형성되며, ‘영국국교회’, ‘로마정교’, ‘러시아정교’ 같은 현실 종교 세력을 상징적으로 차용해 종교의 정치성과 통제를 드러낸다. 이 세계관은 단순히 공간이나 설정만 있는 것이 아니라, 두 체계가 인간의 삶을 지배하려는 방식 자체를 비교하게 만든다. 과학은 데이터, 실험, 재현성을 중심으로 한 진보의 상징이며, 마술은 신념, 상징, 믿음이라는 비가시적 가치로 세계를 해석한다. 이처럼 과학과 마술은 철학적 기초부터 완전히 다른 두 구조이며, 이러한 이질적인 세계를 잇는 ‘중재자’로서 주인공 토우마의 역할은 점점 더 중요해진다. 세계관 속 각 단체는 단순한 조직이 아니라 고유한 이념과 체계를 갖고 독립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독자는 각각의 시점에서 옳고 그름을 고민하게 된다. 이는 곧 단선적인 ‘정의 VS 악’ 구조가 아닌, 다원적 가치관이 충돌하는 복잡한 서사를 만들어낸다.

입체적 인물구조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는 각기 다른 철학을 가진 인물들이 다층적으로 얽혀 있다는 점이다. 주인공 카미조 토우마는 외형상 평범한 고등학생처럼 보이지만, 그의 오른손에 깃든 능력 ‘이매진 브레이커’는 마술과 과학, 심지어 신의 능력까지도 무효화하는 힘이다. 이 능력은 상징적으로 어떤 절대적 힘이 존재하더라도 인간 개인의 자유 의지와 선택이 그것을 이겨낼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토우마는 자신이 불행을 끌어당기는 존재임을 알면서도 누군가를 구하기 위한 싸움을 피하지 않는다. 그는 영웅처럼 묘사되지 않지만, 누구보다도 용기 있고, 자기 신념에 충실한 인물이다. 히로인 ‘인덱스’는 금서목록 10만 3000권을 기억 속에 보관한 수녀로, 지식 그 자체를 상징하는 존재이다. 하지만 그녀는 인간적인 감정, 상처, 외로움을 지닌 입체적인 캐릭터로 묘사되며, 단순한 ‘정보 저장소’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반면 학원도시의 최고 초능력자 ‘액셀러레이터’는 극단적인 힘과 냉혈한 이미지로 처음 등장하지만, 어린 소녀 ‘라스트 오더’와의 관계를 통해 인간적인 연민과 속죄의 감정을 표현하게 된다. 이러한 인물의 변화와 성장은 단순한 스토리의 재미를 넘어, 인간 내면의 윤리적 갈등과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함께 다룬다. 각각의 인물은 명확한 신념과 배경을 지니고 있고, 그 신념은 사건 속에서 흔들리고, 또 강화된다. 이것이 ‘어떤 마술의 금서목록’이 단순한 캐릭터물에 머무르지 않고, 드라마적 서사로 확장될 수 있었던 이유다.

과학 vs 마술, 철학적 대립

‘어떤 마술의 금서목록’에서 과학과 마술은 물리적 전투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 둘은 서로 상반된 인류 진보 방식이며, 동시에 존재의 해석 방식이다. 과학은 ‘왜’보다는 ‘어떻게’를 중시하며, 마술은 ‘무엇을 믿는가’에 중점을 둔다. 이런 두 방식은 외형적으로만 다를 뿐 아니라, 인간을 바라보는 시각도 다르다. 과학은 인간을 분석 가능한 데이터와 도구로 바라보는 경향이 있고, 마술은 인간의 영혼과 신앙적 본질에 집중한다. 예를 들어 마술 측에서는 ‘기적’을 불러오는 의식을 통해 인간의 존재를 신성화하지만, 과학 측에서는 그 현상을 수치화하고 반복 가능한 실험으로 바꾸려 한다. 이러한 충돌은 결국 ‘인간의 자유의지’를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문제로 귀결된다. 이 지점에서 주인공 토우마의 위치는 매우 중요하다. 그는 마술에도 과학에도 속하지 않는 존재이며, 오직 ‘사람을 구하겠다’는 신념 하나로 움직인다. 이 점에서 그는 단순한 전투 캐릭터가 아닌 철학적 상징에 가깝다. 작품은 이러한 대립 구조를 통해 독자에게 끊임없는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어떤 가치에 기대어 세상을 바라보는가’, ‘절대적인 진실은 존재하는가’, ‘기술이 인간을 구원할 수 있는가, 혹은 파괴하는가’. 작품 속 충돌은 우리 현실 속 종교 대 과학, 기술과 윤리, 진보와 보수의 대립을 반영하며, 독자가 철학적 고찰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