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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히마텐 : 여고생들의 일상 속 유쾌한 이야기

by umin2bada 2025. 5. 23.

《히마텐》은 일본의 개그 일상물 만화로, 특별한 사건이나 목표 없이, 단순히 ‘시간이 남아도는’ 여고생들이 모여 만들어내는 느긋하고도 황당한 일상의 흐름을 담은 작품이다. 고등학교라는 공간 안에서 벌어지는 소소한 일들을 독특한 캐릭터성과 개그 센스로 풀어내며, 그 어떤 서사적 전개 없이도 웃음을 유발하는 만화로 자리 잡았다. ‘학교에 다니지만 특별히 할 일은 없음’이라는 컨셉 아래, 히마한 시간을 메우기 위해 벌어지는 상황극과 즉흥적인 대화는 철저히 비일상적이면서도 현실적인 웃음을 만들어낸다. 현대인의 스트레스와 바쁨 속에서, 이 만화는 오히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일상’이 주는 기묘한 위로와 유쾌함을 선사한다. 《히마텐》은 분명 무의미한 것처럼 보이는 행동과 대사들 속에서도 캐릭터들 간의 미묘한 관계성, 정서적 리듬을 섬세하게 조율하며, 느슨하지만 확실한 매력을 지닌 개그 일상물의 진수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히마텐" 만화 이미지

할 일 없는 여고생들의 시간 활용법

《히마텐》의 중심에는 ‘할 일 없는 고등학생’이라는 설정이 있다. 작중 주인공이자 중심 캐릭터인 여고생들은 어느 동아리에 소속되어 있지도 않고, 특별한 목표를 가지고 있지도 않다. 시험을 준비하거나 운동을 하거나 미래를 고민하는 대신, 그저 “오늘은 뭐하고 놀까”라는 말을 시작으로, 하루하루를 웃기고 황당한 방향으로 채워간다. 그렇다고 해서 이들이 철없는 캐릭터로 그려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작가는 그 속에 오늘날의 청춘이 가지는 ‘목적 없는 시간’과 ‘허무함을 즐기는 기술’을 유쾌하게 담아낸다. 히마한 시간 속에서 주인공들은 종종 진지하게 아무 말 대잔치를 벌이고, 별것도 아닌 주제로 과장된 논쟁을 하며, 때로는 엉뚱한 방식으로 세계를 해석한다. 이런 구성이 무계획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대사 운용과 개그의 리듬, 컷 분할이 상당히 치밀하게 구성되어 있어 독자는 자연스럽게 캐릭터의 말과 행동에 빠져든다. 캐릭터들이 ‘지루함’을 스스로 메우기 위해 발산하는 에너지와 상상력은, 오히려 현대 사회가 잃어버린 ‘아무것도 하지 않는 능력’의 가치를 재조명한다. 공부도, 연애도, 경쟁도 아닌, 그저 빈 시간을 함께 보내며 생기는 우정과 관계의 묘한 온기가 이 만화의 중심에 있다. 《히마텐》은 특별한 목적 없이도 즐겁고, 의미 없이도 웃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아무것도 안 하는 것도 콘텐츠가 된다’는 사실을 유쾌하게 입증해준다.


개그는 생활에서 터진다, 일상 속 유쾌한 전개

《히마텐》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단연 개그 센스다. 이 작품은 설정 중심의 개그나 판타지 요소에 의존하지 않고, 철저하게 현실적인 배경 안에서 비현실적인 말과 행동으로 웃음을 끌어낸다. 작중 캐릭터들은 극단적으로 과장되거나 멍청한 행동을 하면서도, 그 안에서 이상하게 납득 가능한 현실성과 공감을 자아낸다. 예를 들어, 누가 봐도 의미 없는 행동을 진지하게 분석하거나, 갑자기 황당한 유행어를 만들어내는 등의 전개는 작위적이지 않고 ‘진짜 고등학생이라면 이럴 수도 있겠다’ 싶은 리얼한 텐션을 유지한다. 또한 캐릭터 간 대화는 빠르면서도 흐름이 끊기지 않으며, 작가 특유의 말장난과 반어법, 갑작스러운 침묵 연출이 독특한 웃음을 만든다. 특히 시각적인 연출도 뛰어난데, 캐릭터 표정 변화나 눈동자 움직임, 과장된 리액션 컷 등이 적절히 배치되어 있어 개그의 타이밍을 정확하게 살린다. 작중에서 대사 외에 별다른 사건이나 갈등이 일어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터지는 반응과 예측 불가능한 말꼬리 싸움이 이 만화를 절대 지루하게 만들지 않는다. ‘무계획 속의 리듬감’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히마텐》은 개그의 흐름을 정확히 제어하는 감각적인 만화다. 독자 입장에서도 이 개그는 억지스럽지 않고 자연스럽게 피식 웃게 만드는 매력을 지니고 있어, 짧은 시간 동안 확실한 기분 전환을 원하는 이들에게 안성맞춤이다.


캐릭터의 관계성이 만들어내는 느슨한 위로

이 작품이 단순한 개그 일상물을 넘어 사랑받는 이유 중 하나는, 등장인물 간의 관계성이 가지는 미묘한 감정선 때문이다. 《히마텐》의 캐릭터들은 서로를 격렬하게 좋아하거나 싫어하지 않는다. 오히려 적당한 거리감과 무심한 애정이 느껴지는 관계로, 현대적인 인간관계를 매우 잘 반영하고 있다. 주인공들은 서로를 놀리고 장난을 치지만, 그 속에 흐르는 감정은 의외로 따뜻하다. 특별히 ‘감동’의 연출을 의도하지 않으면서도, 독자는 어느새 이 캐릭터들의 소소한 유대와 일상적인 말투 속에서 정서적 편안함을 느끼게 된다. 특히 아무 사건도 없이 흘러가는 날들 속에서 캐릭터들이 공유하는 ‘공기’는 현대의 청춘이 마주한 불확실한 미래, 의미 없는 듯한 오늘, 그리고 그 안에서 피어나는 소소한 연결을 보여준다. 이는 경쟁과 목적, 성취 중심의 사회에서 점점 지쳐가는 독자들에게 ‘이런 관계도 괜찮지 않을까’라는 작은 위로가 된다. 작중에는 눈물도, 이별도, 갈등도 거의 없지만, 그런 감정의 과잉 없이도 캐릭터들이 살아 있고, 그들의 세계가 유지된다는 점에서 이 만화는 매우 현실적이고도 독창적이다. 또한 여성 캐릭터 위주로 전개되면서도 전형적인 ‘모에 코드’에 의존하지 않고, 오히려 독립적이고 자신만의 템포를 가진 캐릭터들이 중심이 되기에 더 신선하게 다가온다. 《히마텐》은 격렬한 감정이 아닌, 무감한 듯 진한 여운을 남기는 관계성을 통해 현대 청춘물의 새로운 정서를 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