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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문라이즈 : 달과 지구, 감정 없는 병사와 소년, 감정을 되찾는 여정

by umin2bada 2025. 4. 24.

"문라이즈" 이미지

달과 지구, 전쟁의 틈에서 피어난 감정의 우주

《문라이즈 (Moonrise)》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영화로, WIT STUDIO가 제작하고, 원안은 **이사야마 하지메(진격의 거인 작가)**가 맡아 화제를 모은 작품입니다. 이 애니메이션은 먼 미래, 달과 지구 사이에서 벌어지는 전쟁을 중심으로, 우주 전쟁의 한복판에 내던져진 두 인물의 만남과 선택을 통해 전쟁이란 무엇인지, 그리고 사람의 감정이 어떻게 피어나는지를 깊이 있게 탐색합니다. 작품의 세계관은 기술이 발전한 근미래, 달에서 독립을 주장하는 세력과 지구 정부 간의 전면전이 벌어지는 시점입니다.

주인공은 지구 출신 소년 ‘잭’과, 달의 병사였지만 전장에서 죽음을 맞이한 후 되살아난 존재 ‘알리스’입니다. 알리스는 죽음 이후 ‘리베러’라는 특수한 존재가 되어 되살아나지만, 더 이상 완전한 인간이라 할 수 없습니다. 전쟁을 위해 만들어진 병기로 되살아난 그는 감정을 느끼지 못하고, 인간성과 괴리된 상태로 전투에 투입됩니다. 잭은 그런 알리스를 가까이서 지켜보며, 전쟁이라는 비정한 현실과 감정이 지워진 존재와의 교감을 통해 점점 깊은 감정적 변화를 겪게 됩니다. 《문라이즈》는 이처럼 거대한 SF 전쟁의 무대 속에서도,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결과 상실, 회복의 서사를 가장 중심에 둡니다. 배경은 우주이지만 이야기의 본질은 지극히 인간적이며, 전쟁의 소음 너머에 있는 조용한 감정의 떨림을 놓치지 않고 담아냅니다.


죽음을 넘어선 존재, 감정 없는 병사와 소년의 교차점

《문라이즈》의 가장 중심이 되는 테마는 ‘감정을 잃은 존재가 다시 감정을 회복할 수 있는가’입니다. 알리스는 죽은 뒤 되살아나 ‘리베러’가 되었지만, 그 존재 방식은 더 이상 인간과 다르지 않습니다. 그는 싸우기 위해 만들어졌고, 인간이었던 기억과 감정은 제거된 상태입니다. 그러나 그런 그에게도 ‘인간으로서의 본능’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습니다.

잭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그는 미세한 변화들을 경험합니다. 처음에는 이해할 수 없던 잭의 유머와 감정 표현, 슬픔에 대한 반응들이 점점 알리스에게 영향을 미치고, 그 안에서 그는 점차 ‘감정을 배우는 존재’로 변해갑니다. 이 과정은 매우 섬세하게 묘사되며, 단순한 SF 액션물이 아닌, ‘감정 회복 드라마’에 가까운 서사로 확장됩니다. 특히 잭이 알리스를 단순히 병기로 보지 않고, ‘함께 웃고 싶고, 함께 미래를 나누고 싶은 존재’로 받아들이는 장면은 이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인간다움의 본질을 잘 보여줍니다.

《문라이즈》는 단순히 리베러라는 SF 설정에 의존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 특수한 존재를 통해 ‘우리는 감정 없는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기능만 남은 인간은 무엇으로 존재를 증명할 수 있는가’라는 깊은 질문을 던집니다. 알리스의 고독은 단순히 설정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느끼는 고립감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잭과의 관계를 통해 그는 타인과 연결되는 법, 그리고 스스로를 이해하는 방법을 배워가며, ‘살아 있는 것’이 단지 생존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작품 전반에 걸쳐 전달합니다.


전쟁 속에서도 피어나는 희망, 감정을 되찾는 여정

《문라이즈》는 거대한 전쟁과 비극을 배경으로 하지만, 그 안에는 끊임없이 인간적인 희망의 서사가 흐릅니다. 전쟁은 사람을 도구로 만들고, 감정을 억누르며, 죽음을 일상화합니다. 알리스가 겪는 감정의 부재는 바로 그 상징이며, 병사로서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감정을 버린 채 살아가는 모습은 잔혹하면서도 현실적입니다. 그러나 잭과의 만남, 그리고 다양한 이들과의 교류를 통해 알리스는 자신이 무엇을 잃었고, 무엇을 되찾고 싶은지를 깨닫기 시작합니다.

이 작품은 ‘희망’이라는 개념을 거창하게 표현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아주 작고 섬세한 변화로 묘사합니다. 미소, 공감, 울음, 손을 잡는 행위 같은 작고 일상적인 감정들이 전쟁이라는 거대한 어둠 속에서 더욱 빛나게 다가옵니다. 그리고 이러한 작은 희망들이 모여, 결국 캐릭터의 결정적인 선택과 변화를 이끌어냅니다. 알리스는 다시 싸워야 하는 존재이지만, 더 이상 그것이 전쟁을 위한 싸움만은 아닙니다. 그는 지키고 싶은 사람, 감정을 주고받은 존재를 위해 검을 들고, 그 순간에야 비로소 진짜 '살아 있는 존재'가 됩니다.

《문라이즈》는 SF 액션, 전쟁 서사, 인간 드라마를 모두 품은 작품입니다. 하지만 그 모든 장르적 요소 위에 가장 깊이 남는 것은 ‘감정’입니다. 아무것도 느낄 수 없었던 존재가 다시 미소를 되찾고, 진심으로 누군가를 걱정하며, 슬픔을 공유할 수 있게 되는 과정은 우주보다 더 넓고 깊은 이야기입니다. 이 작품은 결국 전쟁에 대한 이야기이면서도, 전쟁을 통해 ‘사람다움’을 다시 찾아가는 서사입니다. 그리고 그 끝에 남는 한 줄의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우리는 감정을 나눌 때 비로소 함께 살아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