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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좀비 100 : 해방된 하루,어제와 같은 오늘 속 되찾은 삶의 의미

by umin2bada 2025. 4. 24.

"좀비가 되기 전에 하고싶은 100가지" 이미지

회색 회사원에서 해방된 하루, 좀비 세상은 오히려 자유였다

《좀비 100: 좀비가 되기 전에 하고 싶은 100가지》는 흔한 좀비 아포칼립스물이 아닙니다. 오히려 이 작품은 좀비 세상이 되어버린 지금이야말로 주인공에게 진짜 인생의 시작이라는 반전된 시점을 제시하며 독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깁니다. 주인공 아카이라 아키라는 평범한 사회인이지만, 극도로 착취당하고 무기력한 삶을 살던 인물입니다. 그의 회사 생활은 거의 지옥에 가깝고, 매일매일이 무의미한 반복이었습니다. 그렇게 살아가던 어느 날, 세상에 좀비 사태가 터집니다.

다들 혼비백산하며 도망치는 가운데, 아키라는 오히려 “내일 출근 안 해도 된다!”는 사실에 해방감을 느낍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세상이 망함과 동시에 그의 인생은 되살아난 것입니다. 이 부분에서 《좀비 100》은 장르물의 틀을 깨고 ‘현실에 대한 통렬한 풍자’를 담아냅니다. 살아 있으면서도 살아 있지 않았던 일상, 회사라는 감옥, 거기서 벗어난다는 것은 죽음이 아니라 오히려 ‘삶’에 더 가깝습니다.

이후 아키라는 "좀비가 되기 전에 하고 싶은 100가지 리스트"를 작성하며 본격적인 자기 인생 찾기에 나섭니다. 스카이다이빙, 첫사랑에게 고백하기, 혼자서 캠핑하기 등 평범하지만 그동안 해보지 못했던 일들을 차례로 실행에 옮기며, 그는 진정한 ‘삶의 의미’를 찾아갑니다. 《좀비 100》은 이처럼 생존보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메시지를 유쾌하고 경쾌하게 풀어냅니다. 좀비보다 무서운 건 출근이라는 말이 웃픈 현실을 대변하며, 현대인의 삶에 대한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킵니다.


좀비보다 더 무서운 건 어제와 같은 오늘

이 작품은 단순히 ‘세상이 망했는데 유쾌하다’는 이색 콘셉트를 넘어, 현대 사회가 얼마나 개인을 좀비처럼 살게 만들었는가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아키라는 처음에 좀비 사태가 일어났을 때보다, 회사에 다니던 때가 더 끔찍했다고 고백합니다. 그에게 일상은 죽음보다 무서운 것이었고, 좀비는 오히려 현실을 깨우는 자극이었습니다.

《좀비 100》은 다양한 인물들을 통해 이 메시지를 확장해 나갑니다. 함께 여행하게 되는 친구들 역시 각각의 사연을 안고 있습니다. 어떤 이는 과거의 후회를 정리하고, 어떤 이는 인생의 방향을 다시 잡으며, 또 다른 이는 사랑을 찾아갑니다. 이들은 단지 살아남기 위한 것이 아니라, 살면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를 진지하게 고민합니다.

재미있는 점은, 이들이 ‘하고 싶은 일’을 할 때마다 좀비들과 마주치지만, 그것이 절망이나 공포로 그려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그 위기 속에서도 웃고, 즐기고, 다음을 생각합니다. 이 작품은 끊임없이 말합니다. 인생은 언제 끝날지 모르니까, 지금 이 순간을 살아야 한다고. ‘하고 싶은 100가지’라는 리스트는 죽기 전에 무언가를 해내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을 진짜 나답게 살기 위한 선언이 됩니다.

이처럼 《좀비 100》은 좀비물이라는 틀 안에서 ‘희망’을 이야기합니다. 사람들은 종종 끝에서야 진짜 자신을 마주하게 되는데, 이 작품은 그 과정을 유쾌하고 발랄하게, 동시에 진지하게 풀어냅니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것은, 좀비물이면서도 자기 계발서 같은 만화, 삶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희한한 좀비 이야기입니다.


죽기 전에 살고 싶다, 리스트로 되찾은 삶의 의미

주인공 아키라는 좀비 세상 속에서도 ‘지금부터는 나를 위해 살겠다’는 결심을 하며, 직접 손으로 ‘100가지 하고 싶은 일’을 적습니다. 이 리스트는 단순한 취미나 일탈의 나열이 아닙니다. 그것은 그동안 ‘나’를 잊고 살았던 시간에 대한 반성이고, 지금부터라도 진짜 나로 살아보겠다는 다짐입니다. 이 과정은 독자에게도 자연스럽게 질문을 던지게 만듭니다. “당신은 지금 무엇을 위해 살고 있나요?” “좀비가 나타난다면, 내일 가장 먼저 뭘 할 건가요?”

각 에피소드는 하나의 리스트를 실현하는 과정과 연결되며, 이 여정에서 아키라는 단순히 경험만 쌓는 것이 아니라, 점차 사람들과의 관계, 감정, 그리고 세상과의 연결을 회복해 갑니다. 좀비 세상 속에서 오히려 ‘인간다움’이 더 깊이 살아나는 구조는 이 작품의 핵심입니다. 무너진 세계 속에서 진짜 자신을 찾는다는 메시지는, 오히려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에 더 진하게 다가옵니다.

《좀비 100》은 빠른 전개와 유머, 다채로운 캐릭터, 신선한 세계관으로 충분히 대중적인 재미를 제공합니다. 하지만 그 안에 담긴 메시지는 매우 철학적이고 진지합니다. 리스트를 완성해가는 여정은 곧 자신을 되찾는 여정이며, ‘해야 할 일’이 아닌 ‘하고 싶은 일’을 따라 살아가는 삶이 얼마나 가치 있는지를 설득력 있게 보여줍니다.

결국 이 작품은 좀비물이 아닌, 인생의 ‘회복’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아무리 세상이 망가져도, 하고 싶은 일이 있다는 것만으로 우리는 살아갈 이유를 가지게 됩니다. 그리고 그 리스트를 하나하나 채워나가는 동안, 우리는 매일 조금씩 살아 있는 존재가 되어갑니다. 《좀비 100》은 바로 그 작은 생명의 감각,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한 삶을 이야기하며 끝까지 유쾌하게, 그러나 깊은 여운을 남기며 독자의 마음을 두드리는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