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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플루토 : SF고전의 깊은 진화, 인간보다 더 인간다운 존재들, 철학적 SF

by umin2bada 2025. 4. 23.

"플루토" 이미지

아톰의 세계를 재해석하다, SF 고전의 깊은 진화

《플루토》는 일본 만화계의 거장 우라사와 나오키데즈카 오사무의 협업을 통해 탄생한 작품으로, 데즈카의 대표작인 《철완 아톰》의 에피소드 ‘최강 로봇’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SF 심리 서스펜스입니다. 원작의 분위기와 캐릭터를 유지하면서도, 인간과 로봇의 경계를 파고들며 보다 어둡고 철학적인 방향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이 작품은 단순한 리메이크 이상의 깊이를 지닙니다.

이야기는 세계 최고의 지능과 전투 능력을 지닌 7인의 로봇 중 하나였던 몽블랑이 살해당하면서 시작됩니다. 그의 죽음은 단순한 사건이 아니라, 거대한 음모의 서막이자 연쇄적인 비극의 시작입니다. 주인공 게지히트는 유럽 경찰청 소속의 로봇 형사로, 이 미스터리한 사건을 추적하며 하나씩 퍼즐을 맞춰 나갑니다. 그는 자신과 같은 특급 로봇들이 누군가에 의해 하나씩 제거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 배후에는 ‘플루토’라는 이름의 수수께끼 같은 존재가 있음을 감지하게 됩니다.

《플루토》는 이러한 스릴러적 전개를 기반으로 하면서도, 로봇과 인간의 경계, 감정, 윤리라는 주제를 정면으로 다룹니다. 로봇이 눈물을 흘릴 수 있는가, 기억을 갖는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리고 감정을 가진 인공지능이 인간과 어떻게 다를 것인가라는 질문은 이 작품의 핵심이자 철학적 바탕입니다. 단순히 사건 해결의 이야기로 읽히지 않고, 그 안에 담긴 복잡한 감정과 구조 덕분에 《플루토》는 SF를 넘어선 인간 드라마로 기억됩니다.


로봇이란 무엇인가, 인간보다 더 인간다운 존재들

《플루토》는 등장하는 각 로봇 캐릭터들을 통해 '인간성'에 대한 질문을 반복적으로 던집니다. 이 작품의 로봇들은 단순한 기계가 아닙니다. 그들은 감정을 갖고 있으며, 예술을 사랑하고, 누군가를 지키고자 하는 의지를 지닌 존재들입니다. 게지히트를 비롯한 주요 로봇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삶을 이해하고 해석하며, 감정이라는 불완전한 세계에 깊이 들어섭니다.

주인공 게지히트는 로봇임에도 불구하고 감정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는 인물입니다. 그는 인간처럼 슬퍼하고, 공감하고, 죄책감을 느끼며, 점차 인간과 다를 바 없는 정체성을 갖게 됩니다. 그는 사건을 수사하면서 점점 ‘기계’라는 정체성을 넘어서는 의식의 변화와 내면의 갈등을 겪게 되고, 그것은 독자에게도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또한, 로봇들이 인간을 지키기 위해 희생하거나, 인간의 감정을 이해하려 애쓰는 장면은 많은 여운을 남깁니다. 특히 아톰의 등장은 단순히 ‘강한 로봇’으로서가 아닌, 지능과 감성 모두를 갖춘 ‘아이’로서 묘사되며, 그 존재 자체가 이 작품의 중심을 흔들어 놓습니다. 아톰은 사랑과 정의, 슬픔과 분노를 모두 겪는 로봇으로서, 오히려 인간보다 더 인간다운 면모를 보여줍니다.

《플루토》는 이처럼 로봇이라는 존재를 통해 인간성을 되묻습니다. 인간보다 더 고귀한 윤리와 감정을 지닌 기계들, 그리고 그들을 도구로만 바라보는 인간 사회의 위선을 날카롭게 지적합니다. 작가는 기술이 발전한 시대에 진짜 위협이 되는 것은 기계가 아니라, 그 기계를 어떻게 바라보는 인간의 태도임을 강하게 강조합니다.


 

전쟁, 감정, 기억… 미래 사회를 비추는 철학적 SF

《플루토》는 단순한 SF가 아니라, 사회 정치적 은유윤리적 질문이 결합된 철학적 이야기입니다. 작품 전반에 흐르는 분위기는 어둡고 묵직하며, 그 속에는 전쟁, 테러, 정보 조작, 인권 문제 등 현대 사회가 직면한 수많은 갈등 요소들이 그대로 투영되어 있습니다.

특히 로봇의 권리와 인간의 편견, 전쟁의 명분과 그로 인해 희생된 존재들의 서사는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를 그대로 반영한 듯한 리얼리티를 가집니다. 전쟁의 기억을 지닌 로봇 브라우1589, 사랑하는 이와의 평범한 일상을 원했던 노스럽, 무력 충돌을 막기 위해 설계된 로봇들이 오히려 그 희생양이 되는 아이러니는 전쟁과 평화의 본질을 되묻는 장면으로 작용합니다.

또한 작품 전체에 흐르는 ‘기억’이라는 키워드는 인간과 로봇을 잇는 공통된 정체성 요소로서 기능합니다. 감정은 기억을 통해 형성되고, 기억은 정체성과 도덕을 형성합니다. 이를 통해 《플루토》는 기술의 진보가 인간성을 대체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 경계선에서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를 진지하게 탐구합니다.

우라사와 나오키 특유의 섬세한 심리 묘사와 치밀한 플롯 전개는 《플루토》에서 더욱 깊이를 더하며, 독자로 하여금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묵직한 질문과 감정을 마주하게 만듭니다. 단순한 SF 스릴러를 기대했다면, 《플루토》는 그 이상의 감동과 철학을 선사합니다. 인간이 만든 인공지능이 인간을 닮아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인간이 잃어버린 감정을 로봇이 대변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작품은 미래를 살아가는 모두에게 던지는 철학적 경고처럼 다가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