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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아이 앰 어 히어로 : 평범한 일상의 붕괴와 공포,영웅이 아닌 인간의 이야기

by umin2bada 2025. 4. 23.

"아이 앰 어 히어로" 이미지

평범한 일상 속 갑작스러운 붕괴, 진짜 공포는 언제나 가까이에

《아이 앰 어 히어로》는 하나자와 켄고 작가가 그린 좀비 아포칼립스 장르의 만화로, 기존 좀비물과는 완전히 다른 심리적 접근과 극도로 사실적인 연출로 독자에게 강한 충격을 안겨주는 작품입니다. 주인공 스즈키 히데오는 만화가 어시스턴트로 일하고 있는 30대 남성입니다. 그는 사회적으로 성공하지 못했고, 자신감도 낮으며, 종종 망상과 대화를 나누는 등 현실 감각이 흐릿한 인물로 등장합니다. 이야기는 아주 평범하고 무료한 그의 일상으로 시작됩니다. 그러나 점차 이상한 사건들이 곳곳에서 발생하고, 어느 순간 사회 전체가 무너지기 시작합니다. 사람들은 이유 없이 공격적으로 변하고, 인간성을 잃고 다른 사람을 물어뜯는 괴물로 바뀌어 갑니다. 이런 혼란은 단숨에 확산되며 히데오를 포함한 사람들은 생존을 위한 싸움에 휘말리게 됩니다. 《아이 앰 어 히어로》는 기존 좀비물이 보여주는 빠른 전개나 히어로적인 활극 대신, 위기가 시작되기 전의 미묘한 변화, 인간의 공포와 의심, 붕괴되는 사회의 모습을 세밀하게 그려냅니다. 특히 히데오라는 주인공은 전형적인 ‘영웅상’과 거리가 멀기 때문에, 독자들은 그가 살아남기 위해 어떤 선택을 할지 끊임없이 불안한 마음으로 지켜보게 됩니다. 이처럼 《아이 앰 어 히어로》는 세상의 끝에서 인간이 보여주는 본능과 두려움, 그리고 희망을 극한으로 밀어붙이는 서바이벌 심리물로서 강렬한 몰입감을 전달합니다.


영웅이 아닌 인간의 이야기, 불완전함 속의 생존

《아이 앰 어 히어로》에서 가장 인상적인 점은 주인공 히데오의 ‘비영웅성’입니다. 그는 총기를 다룰 줄 알지만, 용기 있게 사람을 구하거나 앞장서 싸우는 캐릭터가 아닙니다. 오히려 위기의 순간마다 망설이고, 무서워하고, 때론 도망치기도 합니다. 이런 모습은 독자에게 답답함을 줄 수 있지만, 동시에 극도의 리얼리티를 전달합니다. 우리가 진짜 그런 상황에 처한다면, 히데오처럼 행동할 수밖에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 작품은 그런 인간의 약한 면을 숨기지 않고, 오히려 그것을 중심에 둡니다. 히데오가 총을 들고 있음에도 쉽게 사람을 쏘지 못하는 장면, 눈앞에서 벌어지는 참혹한 상황에도 머뭇거리는 모습은 현실적인 공포를 더합니다. 그리고 그가 마주하는 생존의 조건은 단순히 괴물과 싸워서 이기는 것이 아니라, 신뢰할 수 없는 사람들과 어울려야 하고, 언제 배신당할지 모르는 상황을 견뎌야 한다는 점에서 훨씬 복잡하고 긴장감 넘칩니다. 《아이 앰 어 히어로》는 생존 그 자체가 인간성의 시험이라는 점을 보여줍니다. 누군가는 살기 위해 누군가를 희생시키고, 또 누군가는 끝까지 인간성을 지키려다 목숨을 잃습니다. 히데오는 그 중간 어딘가에서 갈등하며, 아주 느리지만 조금씩 변해갑니다. 이 작품이 말하는 ‘히어로’는 세상을 구하는 초인이 아닌, 인간으로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살아남으려는 존재입니다. 그런 점에서 제목의 의미는 역설적으로 더 깊은 울림을 줍니다.


무너진 세계의 디테일과 진짜 공포의 연출

《아이 앰 어 히어로》는 단순히 스토리와 캐릭터만이 아닌, 그림체와 연출을 통한 공포 전달력이 뛰어난 작품입니다. 하나자와 켄고 작가는 일상과 비일상의 경계를 교묘하게 섞어가며, 독자에게 현실과 괴이함 사이의 불편한 감각을 심어줍니다. 작품 초반부의 조용한 전개에서부터, 아무런 설명 없이 조금씩 어긋나기 시작하는 일상은 보는 이로 하여금 알 수 없는 불안감을 불러일으킵니다. 예를 들어, 등장인물들이 평소와는 다른 이상한 말을 반복하거나, 공공장소에서 누군가가 갑자기 피를 토하는 장면 등은 매우 차분하게 그려지지만, 그 속에서 느껴지는 공포는 오히려 더 강하게 다가옵니다. ZQN이라고 불리는 감염자들 또한 일반적인 좀비와는 다릅니다. 그들은 감염 전의 기억과 습관을 일부 유지한 채 공격성을 갖고 있으며, 얼굴 표정과 움직임이 매우 기이하고 불규칙합니다. 이러한 묘사는 단순한 물리적 위협을 넘어서, 인간이던 존재가 비틀어지는 공포를 더욱 강조합니다. 또한 건물 붕괴, 사회 시스템의 마비, 생존자들 간의 충돌 등 현실적인 디테일 역시 정교하게 묘사되어, 이 세계가 진짜로 존재하는 것 같은 몰입감을 제공합니다. 《아이 앰 어 히어로》는 배경부터 연출까지 모든 요소가 철저하게 계산된 공포를 기반으로 하며, 단순히 무서운 만화가 아니라, 독자 스스로 ‘내가 저 상황에 있었다면 어떻게 했을까’를 끊임없이 상상하게 만드는 작품입니다. 그런 점에서 이 만화는 서바이벌 스릴러의 외형을 가진 ‘심리 드라마’이자, 인간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는 철학적 콘텐츠로 평가받을 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