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선택이 만들어낸 괴물, 인간의 윤리를 묻다
《몬스터》는 우라사와 나오키 작가가 그려낸 심리 서스펜스 만화로, 단순한 스릴러를 넘어선 깊은 주제 의식과 철학적 질문으로 지금도 많은 독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고 있는 작품입니다. 이야기의 중심은 독일의 유명 대학병원에서 일하는 일본인 천재 외과의사 ‘텐마’입니다. 그는 뛰어난 실력과 따뜻한 성품으로 모든 사람의 존경을 받지만, 어느 날 인생을 송두리째 뒤바꿀 선택을 하게 됩니다. 병원장의 지시에 따라 권력자의 환자를 우선시해야 했던 그는, 자신의 신념에 따라 대신 한 어린아이를 수술하기로 결정합니다. 그 아이의 이름은 요한. 이 결정은 도덕적으로 옳은 판단처럼 보였지만, 이후 벌어지는 사건들은 그 선택이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낳는지를 보여줍니다. 요한은 단순한 환자가 아니었습니다. 그의 정체는 인간의 얼굴을 한 진짜 ‘몬스터’였고, 텐마는 자신이 살려낸 존재가 수많은 이들을 파멸시키는 현실과 마주하게 됩니다. 《몬스터》는 한 사람의 선의가 어떻게 무너질 수 있는지를 탐색하며, 윤리적 딜레마와 인간 본성의 어두운 면을 집요하게 파고듭니다. 주인공 텐마는 ‘과연 내가 옳은 일을 했는가’라는 질문을 안고, 자신이 살린 아이를 죽이기 위한 여정에 나섭니다. 이처럼 《몬스터》는 선과 악, 정의와 책임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을 구체적인 인물과 사건을 통해 끊임없이 묻는, 깊이 있는 작품입니다.
광기의 천재 요한, 인간이 가장 무서울 때
《몬스터》의 가장 인상적인 인물은 단연코 ‘요한 리베르트’입니다. 그는 지금까지 나온 어떤 악역보다 조용하고 우아하며 동시에 압도적인 공포를 자아내는 존재로 묘사됩니다. 요한은 단순히 사람을 해치는 범죄자가 아닙니다. 그는 사람들의 심리와 약점을 정확하게 꿰뚫고, 그들을 스스로 무너지게 만듭니다. 그의 폭력은 육체적인 것이 아니라 정신적이며, 그가 지나간 자리에는 피가 아니라 죄책감과 자멸이 남습니다. 요한은 언제나 미소를 띠고 있고,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며, 정작 본인은 손에 피를 묻히지 않고도 주변 사람들을 파괴합니다. 작가는 요한을 통해 ‘악’이라는 개념이 단순한 폭력이나 살인이 아니라, 인간 존재 자체를 부정하고 허무로 이끄는 것임을 보여줍니다. 그는 인간의 마음속에 자리한 어두운 본능을 자극하며, 사람들이 스스로 괴물이 되게 만듭니다. 작품 속 인물들은 요한과 얽히며 각자 자신의 그림자를 마주하게 되고, 어떤 이들은 무너지고, 또 어떤 이들은 저항하려 애씁니다. 요한이 특별한 이유는 그가 초능력을 가진 것도, 신체적으로 강한 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는 지극히 평범한 인간의 얼굴을 하고 있으며, 그의 말 한마디, 시선 하나가 사람의 삶을 바꿔 놓습니다. 《몬스터》는 요한이라는 인물을 통해, 인간에게 가장 무서운 존재는 괴물도 악마도 아닌, 바로 ‘인간 자신’이라는 사실을 집요하게 보여줍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서 요한은 ‘나는 누구인가’, ‘왜 존재하는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며, 단순한 악역을 넘어선 상징적인 존재로 자리잡습니다.
추적과 선택의 연속, 진짜 ‘정의’는 무엇인가
《몬스터》는 전체적으로 추적극의 구조를 띠고 있습니다. 텐마는 자신이 살려낸 요한을 끝내기 위해, 그리고 그로 인해 무너진 수많은 사람들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유럽 전역을 떠돕니다. 이 여정은 단순히 범인을 쫓는 스릴러가 아닙니다. 오히려 그 과정 속에서 텐마는 자신이 진정으로 믿는 ‘정의’가 무엇인지, 그리고 인간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무엇인지를 끊임없이 고민하고 흔들리게 됩니다. 요한을 죽이는 것이 진짜 정의인지, 살려둔 것이 잘못인지, 그리고 자신이 의사로서 지켜야 할 신념과 인간으로서 마주해야 할 책임 사이에서 텐마는 수많은 갈등을 겪습니다. 작품은 독자에게도 같은 질문을 던집니다. ‘정의로운 선택’이 반드시 좋은 결과를 보장하지 않는 현실 속에서, 우리는 어떤 기준으로 옳고 그름을 판단해야 하는가. 이 같은 질문은 단순히 텐마와 요한의 대립에 그치지 않고, 주변 인물들의 사연과 상황 속에서도 반복적으로 등장합니다. 각자의 방식으로 요한과 얽힌 인물들은 복잡한 심리와 과거를 품고 있으며, 그들 또한 ‘무엇이 인간을 괴물로 만드는가’에 대한 다양한 해석을 제공합니다. 작가는 이러한 다양한 시선과 선택들을 치밀하게 연결해나가며, 거대한 퍼즐을 하나씩 완성해 갑니다. 《몬스터》는 단순히 범인을 추적하고, 사건을 해결하는 이야기로 끝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인간이 인간을 이해하려는 끈질긴 시도, 그리고 그 속에서 다시 한번 사람을 믿어보려는 용기를 그리는 작품입니다. 이처럼 《몬스터》는 진정한 악과 정의를 탐구하며, 보는 이로 하여금 ‘나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를 끊임없이 되묻게 만드는 수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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