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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펀맨: 공허한 히어로 , 주인공은 누구? 웃긴데 진지해, 총평

by umin2bada 2025. 4. 2.

"원펀맨" 이미지

세상을 구하는 데 왜 이렇게 공허할까?

《원펀맨》은 ‘강해지는 것’에 대한 우리가 갖고 있는 기대를 정면으로 부숴버리는 작품입니다. 대부분의 히어로물은 주인공이 점점 더 강해지고, 위협적인 적과 싸우며 성장해나가는 과정을 중심에 둡니다. 하지만 사이타마는 처음부터 모든 적을 한 방에 끝낼 수 있을 정도로 강합니다. 그가 싸우는 데 실패란 없고, 긴장감조차 없습니다. 이 설정은 처음엔 단순한 개그처럼 느껴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묘한 무게를 지니게 됩니다. "싸움은 이기지만, 삶은 만족스럽지 않다." 이것이 바로 《원펀맨》의 핵심 메시지입니다.

사이타마는 강함을 얻었지만 그 대가로 도전, 긴장감, 성취감, 타인과의 연결 같은 중요한 것들을 잃었습니다. 적을 쓰러뜨려도 칭찬받지 못하고, 동료 히어로들 사이에서도 평가받지 못합니다. 세상은 그의 진짜 힘을 알아보지 못하고, 그는 점점 고립되고 무기력해집니다. 이런 배경은 작품 전반에 걸쳐 은근한 쓸쓸함을 깔아줍니다. 단순한 ‘무쌍 주인공’이 아니라, **“강한데도 행복하지 않은 인물”**이라는 점에서 사이타마는 지금까지의 히어로들과 완전히 다른 결을 가집니다. 그의 공허함은 때론 웃음을, 때론 묘한 울림을 줍니다.


싸움의 주인공은 사이타마가 아니다

《원펀맨》에서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정작 주인공이 싸움을 주도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대부분의 전투 장면은 다른 히어로들의 몫입니다. A급, S급 히어로들이 적들과 처절하게 싸우고, 때로는 무참히 당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동안, 사이타마는 뒤늦게 나타나 단 한 방으로 모든 걸 끝냅니다. 이 구조는 단순히 ‘사이타마 너무 세다’라는 설정만을 보여주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독자로 하여금 그 싸움의 과정 자체에 몰입하게 만듭니다. 정답을 알고 있으니, 그 앞의 과정이 더 궁금해지는 구조입니다.

덕분에 사이타마 이외의 캐릭터들이 굉장히 살아납니다. 제노스, 킹, 타츠마키, 스위트마스크 등 각기 다른 개성과 사연을 가진 히어로들이 진짜로 싸우고, 진짜로 상처받고, 성장합니다. 이들은 ‘강함’만으로 평가되지 않으며, 각자의 방식으로 히어로로서의 존재 이유를 보여줍니다. 특히 사이타마와 정반대의 위치에 있는 인물들 예를 들면, 약하지만 영웅으로 평가받는 킹 은 ‘진짜 히어로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만듭니다. 그래서 이 만화는 단순히 액션에 머무르지 않고, 히어로라는 존재의 정의를 끊임없이 재해석하는 깊이 있는 작품이 됩니다.


웃긴데, 왜 이렇게 진지하지?

《원펀맨》은 확실히 ‘웃긴 만화’입니다. 캐릭터들의 과장된 반응, 히어로협회의 고지식한 조직 체계, 그리고 사이타마 특유의 무표정 개그까지. 하지만 이 웃음의 이면에는 항상 의외로 진지한 질문들이 숨어 있습니다. "강해지면 외로워질까?", "힘이 전부일까?", "인정받지 못하는 노력은 무의미할까?"와 같은 테마가 끊임없이 작품 속을 흐르고 있습니다. 특히 사이타마는 세상에 실망하면서도 여전히 히어로로 남습니다. 그는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단지 **“재밌어서 히어로를 한다”**고 말하지만, 그 내면엔 세상이 자신을 바라봐주기를 바라는 미묘한 외로움이 함께 있습니다.

이 감정선은 사이타마의 표정 연출을 통해 특히 강하게 전달됩니다. 대부분의 상황에서 그는 무표정으로 반응하지만, 간혹 아주 미묘하게 바뀌는 표정 히죽 웃거나, 짧게 짜증을 내는 장면은 오히려 더 큰 여운을 남깁니다. 작품이 후반으로 갈수록 이런 감정선은 더욱 깊어지며, 단순한 ‘한 방 만화’에서 감정을 품은 히어로물로 확장됩니다. 보는 사람마다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원펀맨》은 가볍게 시작해서 무겁게 빠져드는 타입의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웃고 있는데, 문득 진지해지는 그 순간. 바로 그게 이 작품의 매력입니다.


총평

《원펀맨》은 ‘강함’이라는 개념에 대해 가장 날카롭게 묻는 만화입니다. 싸움은 항상 이기지만, 인정은 받지 못하는 히어로. 세상은 히어로를 원하지만, 진짜 히어로의 가치는 알아보지 못합니다. 이런 구조 속에서 사이타마는 진정한 영웅의 의미를 다시 쓰는 인물입니다. 그는 단지 강해서가 아니라, 포기하지 않아서, 그리고 누구보다 자기 자신에 충실하기 때문에 히어로로서 의미를 갖습니다. 그게 이 작품이 유쾌함 속에서도 무게감을 유지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입니다.

이 작품은 코미디, 액션, 패러디를 모두 아우르면서도 인간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그래서 단순한 ‘웃긴 만화’로 보기에는 너무나 많은 이야기와 감정이 담겨 있습니다. 사이타마를 비롯해 등장하는 수많은 인물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세상과 부딪히고, 살아가며, 존재의 의미를 찾아갑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서, 늘 무표정으로 싸우는 한 남자가 조용히 서 있습니다. 《원펀맨》은 끝없는 싸움 속에서도 끝없이 묻습니다. "진짜로 중요한 건 뭐지?"
그 질문에 웃으며 빠져들고 싶다면, 이 작품은 최고의 선택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