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저주를 낳고, 저주가 사람을 삼킨다
《주술회전》은 인간의 부정적인 감정—두려움, 분노, 증오 같은 것들이 ‘저주’라는 형태로 현실에 나타나는 세계를 배경으로 합니다. 그리고 그 저주로부터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싸우는 이들이 바로 ‘주술사’입니다. 이 설정은 단순한 판타지적 세계관이라기보다, 감정과 존재의 불가분한 관계를 상징적으로 풀어낸 구조라서 처음부터 굉장히 설득력 있게 다가옵니다. 주인공 이타도리 유지는 평범한 고등학생이지만, 우연히 저주의 손에 의해 친구를 잃고, 동시에 스스로 저주가 되어버린 존재 ‘양면 스쿠나’를 받아들이게 되며 비극적인 운명에 발을 들이게 됩니다.
이 작품은 “선과 악”이라는 이분법보다는 “무엇을 위해 싸우는가”라는 질문을 더 자주 던집니다. 주술사들은 저주를 퇴치하기 위해 싸우지만, 그 과정에서 도리어 인간성이나 정의에 대한 기준이 끊임없이 시험받습니다. 유지는 그 중심에서 늘 갈등하고 고민합니다. ‘내가 누구를 지켜야 하는가’, ‘죽여야만 지킬 수 있다면, 그것은 올바른 선택인가’. 이런 고민이 작품 전반을 관통하며 단순한 액션만화의 틀을 넘어서, 감정적으로 더 깊은 울림을 만들어냅니다. 이타도리 유지는 영웅이 아니라, 끝까지 인간이 되기를 선택한 캐릭터입니다.
싸우는 이유가 분명한 캐릭터들이 만든 서사
《주술회전》의 가장 큰 강점은 등장인물들이 전부 ‘이유 있는 싸움’을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단지 강해지기 위해서가 아니라, 각자가 지키고 싶은 것, 복수하고 싶은 것, 증명하고 싶은 것이 있기 때문에 주술사로서 싸웁니다. 유지는 물론이고, 후시구로 메구미, 쿠기사키 노바라, 고죠 사토루 등 모든 캐릭터가 개성뿐 아니라 분명한 가치관과 서사를 가지고 움직입니다. 그래서 전투 장면 하나하나가 단순한 액션이 아니라, 그들의 철학이 부딪히는 감정의 충돌로 다가옵니다.
특히 이 작품의 전투는 전형적인 힘싸움이 아니라, 저주와 주술이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한 복잡한 전략전입니다. ‘영역 전개’ 같은 시스템은 룰이 정해져 있으면서도, 그것을 누가 어떻게 해석하고 응용하느냐에 따라 전세가 바뀝니다. 단순히 누가 더 강한가를 보여주는 게 아니라, 얼마나 ‘지혜롭고 의지가 강한가’를 겨루는 방식이기 때문에 전투의 몰입도가 훨씬 높습니다. 게다가 작품은 캐릭터를 쉽게 소모하지 않으며, 그들의 죽음조차 하나의 완결된 이야기로 묘사해 감정적인 충격과 여운을 남깁니다. 특히 후반부로 갈수록 전개가 더 거칠고 무거워지는데, 그만큼 서사의 밀도도 깊어집니다.
감정 없이 보는 게 불가능한 전개
《주술회전》은 그 어떤 장르적 재미보다도 **‘감정의 무게’**가 인상적인 작품입니다. 누군가가 죽을 때, 단순히 다음 페이지로 넘기기 어려울 만큼 여운이 남습니다. 그 이유는 캐릭터들이 죽음을 통해 ‘희생’이라는 주제를 떠올리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어떤 인물은 친구를 위해, 어떤 인물은 원한을 끝내기 위해, 또 어떤 인물은 자신의 사명을 다하기 위해 스스로를 버립니다. 그 장면 하나하나가 감정적으로 깊은 울림을 주기 때문에, 이 작품은 단순한 배틀물 이상의 감정선을 지닌 서사극이 됩니다.
이 감정은 단지 인물의 죽음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살아남은 인물들의 트라우마, 후회, 원망, 그리고 다짐들이 반복되며 이야기에 진동을 줍니다. 유지는 친구들의 죽음을 마주할 때마다 흔들리지만, 그럴수록 더 무거운 책임을 짊어지고 앞으로 나아가려 합니다. 그래서 이 작품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무거워지고, 그만큼 더 몰입도 강해집니다. 감정을 지우고 보기에는 너무 뜨겁고, 너무 진지한 이야기입니다. 팬들이 매 에피소드에 격하게 반응하고, 긴 공백기조차 잊지 못하고 기다리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마무리하며
《주술회전》은 단순히 화려한 액션으로만 평가받기엔 너무 많은 것을 담고 있는 작품입니다. 저주라는 독특한 세계관을 통해 인간의 감정과 어둠을 은유하고, 각 인물의 서사와 선택을 통해 ‘무엇을 위해 싸우는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을 끊임없이 던집니다. 단순한 선악 구도가 아닌, 회색의 정의와 불완전한 결말들 속에서 캐릭터들은 끝없이 고민하고 싸워 나갑니다. 그런 면에서 이 작품은 전형적인 소년만화의 궤적을 따르면서도, 그 안에 훨씬 깊고 진지한 주제를 품고 있습니다.
전투는 단순한 힘의 충돌이 아니라 의지의 대결이고, 감정선은 일회성이 아니라 서사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입니다. 《주술회전》은 인물 하나하나에 감정을 쏟아붓게 만들고, 사건 하나하나에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듭니다. 그래서 이 작품은 누군가의 첫 소년만화가 되기에도 좋고, 수많은 소년만화를 봐온 사람에게도 새로운 감각을 줄 수 있는 작품입니다. 감정과 액션이 완벽하게 결합된 진중한 판타지를 찾고 계시다면, 주술회전은 반드시 거쳐야 할 이름입니다.
이제는 단순한 만화를 넘어서, 하나의 세계관이 되어버린 작품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