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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종신고용 가능할까요 : 일본의 고용문화와 시스템에 대한 풍자

by umin2bada 2025. 11. 16.

《종신고용 가능할까요》는 작가 나시카와 리사가 그려낸 일본 직장인의 현실을 신랄하게 풍자하는 생활 밀착형 만화로, 일본의 고용 문화와 가정 내 역할 구조를 동시에 해부하는 작품이다. 이 만화는 종신고용제도라는 일본 특유의 고용 시스템에 의문을 던지면서, 한편으로는 회사와 가정에서의 애매한 위치에 놓인 중년 남성 샐러리맨의 고군분투를 코믹하게 묘사한다. 나시카와 리사는 이 작품을 통해 ‘남편이면서 가장이지만, 실질적인 삶의 주도권은 전혀 가지지 못한 인물’이라는 현대 샐러리맨의 초상을 보여주며, 매달 고작 2만 1천 엔이라는 고정된 용돈 안에서 살아가는 그의 일상을 통해 일본 사회가 부여한 전통적 역할 구조의 무게감을 드러낸다. 《종신고용 가능할까요》는 단순한 생활 코미디가 아니라, 현실에 기반한 깊은 통찰과 날카로운 사회적 메시지를 담고 있으며, 동시에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일상의 디테일을 놓치지 않는 뛰어난 관찰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독자는 웃음을 터뜨리면서도 어느 순간 가슴 한켠이 먹먹해지는 복합적 감정을 경험하게 되며, 일본 사회뿐 아니라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의 비슷한 직장 문화와 가정 구조에도 시사점을 제공한다. 이 글에서는 나시카와 리사의 작품 세계와 함께, 《종신고용 가능할까요》가 어떻게 직장과 가정, 사회를 바라보며 비판적 시선을 담고 있는지 살펴본다.

만화 "종신고용 가능할까요" 이미지

 

 2만 1천 엔의 생활: 소시민적 리얼리티의 집약체


이 만화의 가장 상징적인 설정은 주인공이 매달 받는 용돈, 2만 1천 엔이라는 금액이다. 이 제한된 예산 안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동료들과의 회식도 참석하며, 가끔은 가족 선물이나 개인 소비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설정은 단순히 웃긴 설정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사실상 일본 사회의 수많은 샐러리맨이 실제로 겪는 현실을 반영한다. 나시카와 리사는 이러한 설정을 통해 ‘직장에서 일은 열심히 하지만, 정작 자신을 위한 소비는 최소화해야 하는 삶’을 살아가는 남성 가장의 삶을 보여준다. 주인공은 물건 하나를 살 때에도 가격표를 몇 번이고 들여다보고, 마트에서 할인을 기다리며, 점심 도시락의 원가를 계산하는 데서 하루의 에너지를 소비한다. 그는 절약이 생활이 되었고, 자존감은 그에 반비례하여 줄어들고 있다. 그러나 이 모습은 단지 불쌍한 인물이 아니라, 모든 샐러리맨이 한 번쯤 경험했을 법한 리얼한 일상으로 그려지며, 독자에게 폭소와 공감을 동시에 자아낸다. 나시카와 리사는 그 속에서도 인물의 긍정적인 면모를 놓치지 않는다. 그가 제한된 생활 속에서도 가족을 위해 참고, 회사에서 무리하지 않으면서도 성실히 일하려고 애쓰는 모습은 소시민의 성실함과 착실함이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지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만든다. 동시에, 이러한 모습은 일본 사회가 얼마나 오래된 역할 구조 속에 갇혀 있는지를 보여주며, 주인공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돈이나 권력이 아니라 ‘존중받는 삶’이라는 점을 은연중에 드러낸다. 이처럼 《종신고용 가능할까요》는 작지만 깊은 울림을 주는 생활 속 디테일을 통해, 독자에게 큰 감정적 반향을 안긴다.

 

가정 내 역할 구조와 남성 가장의 실질적 위치


작품 속 주인공은 가정의 가장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지만, 실제 삶 속에서는 아내가 예산을 통제하고, 자녀와의 소통에서도 중심에 서지 못한다. 나시카와 리사는 이 만화를 통해 전통적인 남성 역할이 무너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가부장적 기대 속에 살아가는 인물의 아이러니한 현실을 풍자적으로 그려낸다. 주인공은 자신이 집안의 가장임을 의식하면서도, 정작 집안에서는 자율성이 거의 없으며, 심지어는 아이에게조차 눈치를 보는 모습을 보인다. 이러한 모습은 일본 사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형식적 가장’의 모습을 실감 나게 묘사하며, 독자에게 웃음을 넘어 씁쓸한 공감을 안겨준다. 가정 내 역할 재편이 이루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남성에게 여전히 ‘경제력’만이 존재 이유로 요구되는 현실은 이 만화의 주요 메시지 중 하나다. 주인공은 아내와 아이가 무시하거나 강하게 대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본인 스스로 ‘작아지는’ 감정을 가지며, 이로 인해 존재감에 대한 회의감까지 느끼게 된다. 나시카와 리사는 이를 통해 ‘가부장제의 해체’가 단순히 여성의 권한 확대만이 아니라, 남성에게도 정체성 혼란을 불러오는 과정임을 섬세하게 보여준다. 만화 속에서 그는 종종 혼잣말로 자신이 가장인지, 아니면 단순한 생활비 제공자인지를 자문하며, ‘왜 이렇게까지 살아야 하나’는 근본적인 회의를 품는다. 이런 장면들은 웃음을 자아내는 동시에 현대 가정의 재구성 문제를 진지하게 들여다보게 만든다. 특히, 작가는 아내 캐릭터를 얄밉거나 강압적으로 그리지 않고, 현실적인 시선으로 설계함으로써, 문제의 본질이 사람의 성격이나 태도가 아닌 사회 시스템 자체에 있음을 암시한다. 결과적으로 《종신고용 가능할까요》는 가족 내에서 남성이 어떤 위치에 놓여 있으며, 그것이 얼마나 구조적인 문제인지 보여주는 사회학적 풍자극이다.

 

종신고용제도에 대한 실질적 의문과 풍자적 비판


일본의 종신고용제도는 한때 이상적인 고용 구조로 여겨졌지만, 나시카와 리사는 《종신고용 가능할까요》를 통해 그 제도의 허상을 날카롭게 비판한다. 작품 속 주인공은 ‘종신고용’이라는 이름 아래 회사에 오래 다녔지만, 정작 삶의 질은 나아지지 않았고, 조직 내에서의 영향력이나 존중도 기대 이하다. 젊은 사원들은 그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상사들은 ‘그냥 오래된 직원’으로만 인식하며, 승진 기회도 애매하다. ‘안정적인 직장’이라는 말은 그저 긴 시간 동안 구조조정에서 제외된 것일 뿐, 실제로는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존재로 평가되는 것이다. 이처럼 만화는 종신고용이 가져오는 조직 내 불균형과 개인의 소외를 매우 현실감 있게 그려낸다. 특히 그는 조직에 ‘충성’을 다하고 있지만, 회사는 그를 위한 장기적인 계획이나 커리어 성장 로드맵을 제시하지 않는다. 회사라는 조직이 ‘고용 안정성’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만, 그 안에는 ‘개인의 희생’이 깔려 있고, ‘변화의 유예’가 동반된다는 점에서 종신고용은 이미 이상적인 시스템이 아님을 작품은 시사한다. 나시카와 리사는 이런 구조를 블랙코미디적 장면으로 효과적으로 풀어낸다. 예를 들어 주인공이 회사에서 정년 이후 계약직 제안을 받으며, 오히려 ‘급여는 줄고 업무는 그대로’인 현실을 받아들이는 장면은 씁쓸한 현실을 보여주는 동시에 독자의 웃음을 자아낸다. 이처럼 《종신고용 가능할까요》는 오래된 시스템이 개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정면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며, 동시에 일본 사회가 고용 형태를 어떻게 재구성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로 확장 가능성을 보여준다. ‘과연 종신고용이 우리를 구원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은, 이 작품의 제목이기도 하며, 동시에 작가가 독자에게 끊임없이 던지는 화두다.